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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에 대한 비유이다. 의미상 중복되므로 생략한 것이다. ⑪의 ‘기其’ 자

            는 문맥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추가한 것이고, ⑫는 바로 앞 구절 ‘무심
            이기 때문에 만물을 길이 기른다’는 문장에 대한 비유이다. 의미상 중

            복되므로 생략하였다.
               ⑬의 ‘도를 얻은 사람(得道之人)’의 생략은 흥미롭다. 이 ‘도를 얻은 사

            람(得道之人)’을 생략한 것은 제8 무공용지에 도달한 사람을 ‘도를 얻은
            사람’으로 부를 수 없다는 성철스님의 지론이 적용된 결과이다. 또 이

            와 연결된 뒷부분에서는 ‘또한 그러하다(亦復如是)’라는 관용어를 ‘이와
            같은(如是)’으로 바꾸었다. ‘또한 그러하다(亦復如是)’는 앞 문장과 동일함

            을 표시하며 문단의 완결을 이끈다. 이에 비해 ‘이와 같은(如是)’은 뒷 문
            장과의 동일 관계를 표시하며 문장을 새로 시작하는 표시가 된다. 이처

            럼 어감은 다르지만 뜻에는 차이가 없다.
               ⑭의 ‘~에서(於)’가 생략된 것은 뒤에 ‘중中’이 있어 ‘~하는 중에’라는

            뜻이 중복되고, 또 한글로 ‘~에’라는 현토가 달려 있어 이중 삼중으로
            중복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⑮는 단순 생략에 해당한다. 원문의 ‘시

            공용施功用’이나 성철스님의 ‘시공施功’이 모두 ‘노력을 기울인다’는 뜻을
            표현한다. 바로 앞에 ‘공용功用’이라는 단어가 나왔으므로 중복을 피하

            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
               ⑯의 무공용지에 대한 긴 설명을 생략한 것은 그것이 중복되는 내용

            이기 때문이다. 또한 통과해야 할 경계로서의 무공용지에 대한 기술이
            자세할수록 그것의 매력을 강조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결

            과이기도 하다. 무공용지는 선정에조차 머물지 않는 마음이다. 그러므
            로 만물에 훤히 통하는 승묘한 경계를 만나도 그것에 집착하는 바가 없

            다. 생략된 문장은 이처럼 밝은 관찰의 경계에 이르러서도 그것에 집착
            하지 말라는 옛사람들의 문장을 나열하고 있다. 이것을 무공용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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