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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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의 ‘이러한 때에(他恁麼時)’는 갓난아이 시기를 가리킨다. 문장이 갓
난아이로 시작되었으므로 의미상 중복이 된다. 생략하는 것이 의미를
더 명확히 드러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⑤의 ‘도(都)’는 앞의 ‘영예와 오욕, 공적과 명예, 역정나는 일이나 순
조로운 상황’의 네 가지를 묶는 부사로서 ‘모두’의 뜻을 갖는다. 이것이
‘동요시키지 못한다’는 부정문과 만나면 ‘전혀’로 번역된다. 구어체적 경
향이 농후하며 이것이 없어도 문맥이 연결되므로 생략한 것이다. 여기
에는 구어체의 관용어를 생략하여 문어체로 바꾸고자 하는 의도도 있
다. 구어체를 낯설어하는 독자들을 배려하고자 한 것이다.
⑥과 ⑦에서는 ‘여與’ 자를 ‘여如’ 자로 바꾸었다. 성철스님의 번역문을
보면 ‘맹인과 같고’, ‘농자聾者와 같아서’ 등으로 ‘여與’ 자를 적용하고 있
다. 편집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 오류로 보인다. 교정해야 한다.
⑧의 긴 문장을 생략하였다. 이 긴 문장이 설법의 주제를 흐릴 수 있
다는 점을 우려하였기 때문이다. 성철스님이 인용을 통해 밝히고자 하
는 것은 어린아이와 같은 무심경계를 귀하게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그
것에 의미를 두기 시작하면 도리어 제8마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에 머물지 말고 다시 용맹정진하여 근본무명을 끊는 구경
의 자리에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설법의 요지이다. 그런데 ⑧의 생략된
문장에서는 내외경계에 흔들리지 않는 어린아이와 같은 무심에 대해
‘그것이 참선하는 수행자가 진실로 힘을 얻는 자리이며, 어느 정도 진여
에 상응함이 있는’ 차원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칫
비판하고자 하는 차원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집중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논지를 흐릴 우려가 있으므로 이것을 생략한 것이다.
⑨의 ‘무無’ 자를 생략한 것은 바로 앞의 ‘무無’ 자로 대신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고, ⑩은 앞 구절 ‘조작하는 마음과 분별하는 마음이 없
제10장 대원경지 · 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