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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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말로 묶을 수 있으므로 생략한 것이다.
⑰의 의문조사를 구성하는 ‘마麼’ 자가 생략되었는데 탈자에 해당하
므로 복원해야 한다. 물론 ‘임恁’은 ‘임마恁麼’로 쓰지 않아도 ‘이러함’의
뜻을 갖는다. 그런데 성철스님이 달아 놓은 현토를 보면 ‘수연임雖然恁나’
로 되어 있어 한자 ‘임恁’의 발음과 현토 ‘~나’가 호응하지 않는다. ‘임마
恁麼나’로 보았음을 알 수 있다.
⑱의 ‘우 又’ 자는 추가된 글자이다. ‘또한’의 뜻으로서 문맥상 바로 뒤
의 ‘다시(更)’와 의미가 중복된다. 중복임을 알면서도 이를 추가한 것은
8지의 경계에 머물지 않고 다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서이다. 그것은 성철스님이 강조하는 멈춤 없는 수행의 길을 드러내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⑲의 생략된 문장은 보살의 무공용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에 해당한
다. ‘하나의 작은 티끌 속에서도 법륜을 굴리며, 언제나 행주좌와의 활
동 중에 득실에 구애되는 일이 없는 것’이 무공용지의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오는 대로 맡긴다’는 임운任運과 뜻이 중복되므로 이를 생략한
것이다. 나아가 무공용지에 지나친 의미가 부여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
장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⑳에 생략된 긴 문장은 어떠한 경계에도 집착하지 말라는 앞 문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다. 의미상 중복되므로 생략하였다. 차를 만나면 차
를 마시고, 밥을 만나면 밥을 먹는 자유로운 삶으로서, 오직 향상만 있
을 뿐인 이 차원에는 선정이라는 말조차 붙을 곳이 없다는 내용이다.
㉑에서는 ‘유주상流注相’을 ‘유주생流注生’으로 바꾸어 표현하였다. 이
단어의 핵심은 미세한 망상의 ‘일어남(生)’을 강조하는 데 있다. 원문의
‘유주상流注相’은 ‘유주생상流注生相’의 준말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성철스
님은 그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어나는 미혹의 출발을 경계하는 입장에
제10장 대원경지 · 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