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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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밝음이 궁극에 이르렀음을 강조한다. 수백, 수천 개의 태양이 뜬 것

             같았다고 했으므로 그 내외명철은 어두움과 상대되는 밝음이 아닌 절
             대적 밝음을 뜻한다.

                한편 부처님의 몸을 내외명철로 표현하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예컨
             대 부처님이 설법하려 할 때 입에서 광명이 일어나 그 빛이 내외명철하

             여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는 표현이 『법화경』 「보문품」에 보인다. 부처님
             의 몸이 이러하였으므로 열반 후의 사리가 그 보관함을 투명하게 만들

             면서 내외명철하였다는 신화적 기록도 전한다. 이러한 형상적 내외명철
             이 가능한 것은 부처님이 안팎을 구분하지 않는 청정함 그 자체가 되었

             기 때문이다. 내적 성취가 가시적 복덕을 갖춘 외적 형상으로 나타난다
             는 것은 불신론佛身論의 주된 내용이기도 하다.

                한편 내외명철을 직접 실천하고 체험하는 수행법도 제시된다. 예를
             들어 밀교계 관상수행법이 그렇다. 이 수행에서는 이미지를 관하는 방

             법을 쓰는데, 5방의 여래를 머리에 안치하고 둥근 보름달 속에 있는 거
             대한 연꽃 위에 스스로 앉는 일을 상상한다. 그런 뒤에 그 연화대에 앉

             은 몸이 내외명철하여 형상에 안과 밖의 구분이 없음을 보는 것이다.
             약사여래가 내세에 그 몸이 유리와 같이 내외명철하여 흠 없이 청정하

             게 되기를 발원한 것도 같은 차원이다. 이러한 내외명철의 이미지 관찰
             법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유는 마음과 법계의 실상이 바로 내외명

             철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작의적 차원의 수행은 이처럼 자성
             의 이치가 그러함을 전제로 하여 개발된 것들로서 분명한 결과를 약속

             하고 있다. 내외명철 역시 ‘이치와 같이 뜻을 짓는다(如理作意)’는 수행의
             원칙에 포함되는 주제의 하나인 것이다.

                한편 유식에서는 이것을 5온의 멸진滅盡으로 설명한다. 5온 중에서
             도 특히 식온識蘊의 멸진이 있게 되면 궁극적으로 내외명철하게 된다




                                                            제11장 내외명철 · 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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