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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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써 관조하여 내외가 명철하면”으로 되어 있다. 성철스님은 6조스님의

             지혜를 대원경지로 대체한 것이다. 표현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기는 하
             지만 그 의도는 분명하다.

                사실 원문의 맥락에서 6조스님의 지혜는 반야지혜를 가리킨다. 바르
             고 진실한 반야(正眞般若)로 관조하면 일 찰나간에 망상이 모두 소멸한

             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이것을 대원경지로 옮김으로써 제8아뢰야식
             의 멸진으로 구현되는 대원경지를 내외명철 설법과 바로 연결한다. 이

             를 통해 ‘지혜관조=대원경지=견성=해탈=무념’의 등식에 내외명철의 항
             목이 추가된다.

                내외명철은 뚜렷한 실경계 체험이라는 점에서 성철스님에게 중요하
             다. 반야지혜로 관조한다는 것은 분별을 벗어나 불이중도의 눈으로 본

             다는 뜻이다. 마음과 법계의 경계, 지옥과 극락의 구분, 중생과 부처의
             차이가 없음을 아는 것이다. 그것은 불이론의 상식이라서 대부분의 수

             행자들은 자신이 이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원
             경지도 실경계이고, 반야지혜도 실경계이며, 불이중도도 실경계이다.

             따라서 알고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은 대부분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아
             니 오히려 알고 이해함이 남아 있는 한 깨달음은 없다.

                이처럼 비유적, 관념적 사유에 의해 알고 이해하는 일과 실제적 깨
             달음의 체험 간에는 넘을 수 없는 단층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뢰야식은 물론 관념조차 떨치지 못한 입장에서도 스스로 중도불이의
             입장에서 반야로 관조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내외명철은 그 경계가 비교적 분명하다. 스스로 짚어 보
             아 자신이 심신의 차별상에 묶여서 안과 밖을 별개로 인식하고 있는 것

             은 아닌지, 아니면 이것을 확실하게 벗어났는지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
             는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성철스님이 굳이 내외명철을 깨달음의 기




                                                            제11장 내외명철 ·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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