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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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알 수 없다.” 289 라고 강조한다. 역대의 선사들 역시 이를 실경계 체험
으로 해설한다. 예를 들어 달마스님은 『혈맥론』에서 내외명철을 성인의
표징으로 말한다. 또한 내외명철을 성취하기 전에 태양보다 밝은 광명
이 출현하는데, 이 과정에서 남은 습기가 모두 사라지고 법계의 자성이
저절로 드러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것은 실경계 체험으로서
“스스로 알 수 있을 뿐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다. (唯自知, 不可向人
說.)” 290 라고 말하고 있다.
만약 스스로 알 수 있을 뿐인 이것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면
바로 몽둥이를 맞았다. 옛날 인도의 사자師子존자에게 한 선정 수행자
가 도전을 하였다. 자기는 이미 확고한 선정을 성취하여 밝은 구슬처럼
내외명철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사자존자는 선정을 성취했다
고 말하는 일 자체가 나를 세우는 것이므로 청정한 불이의 자리가 아
님을 지적한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신조본여神照本如스님에게 어떤
수행자가 찾아와 자기가 체험한 내외명철의 경계를 제시한다. ‘외로운
정상에서 달을 가지고 노는 단계(孤峰頂上, 玩月輪時)’를 평가해 달라는 것
이었다. 비추지 않음이 없어 내외명철이라 할 어떤 체험을 했다는 것이
다. 그러나 선사는 외로운 봉우리든 달을 가지고 노는 일이든 던져 버
리라고 한다. 경계 체험을 언어로 제시하는 순간 그 체험은 특별한 무
엇이 된다. 이미 집착이 일어난 것이다. 그것을 자기의 경계로 제시하는
일 자체가 소멸시켰다는 자아와 대상을 다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결
국 똑같은 경계이지만 그것을 나의 것으로 여겨 내보이는 순간, 그것은
289 퇴옹성철(2015), p.239.
『
290 達磨大師血脈論』(X63, p.4a).
제11장 내외명철 · 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