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0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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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과 무관한 세속 놀음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이러한 법문답에 근거하여 내외명철의 실경계 체험이 없다
고는 말할 수 없다. 그것을 나의 체험으로 기억하는 것이 문제이고, 나
의 것으로 소유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그 작용이 일어난 몸과 마음
을 나와 동일시하는 바로 그 일 자체가 문제되는 것이다. 선은 지금 당
장 이 자리의 일이다. 과거의 대견한 체험을 기억하고 자신의 것으로 자
부하는 일은 이미 그것이 깨달음이 아님을 반증한다. 바로 지금 이 자
리의 깨달음을 상실하고 예전의 어느 모양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문답은 현재진행형이라야 한다. 지금 당장의 깨달음을 확인
하는 자리라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사들에게 있어서 이 내외명철의 실경계 체험이 깨달음과 동의어로 쓰
였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2. 성철스님 내외명철 설법의 특징
내외명철의 설법은 바로 앞의 대원경지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대
원경지는 그 어휘의 상징성으로 인해 자신의 어떤 체험을 그것으로 보
는 아전인수격 착각이 일어나기 쉽다. 그래서 대원경지의 특징인 내외
명철을 실제 경계로 제시한 것이다. 첫 인용문의 해설을 “경지鏡智로 관
조하여 내외가 명철明徹하면 이것이 견성” 이라는 말로 시작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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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증거가 된다. 원래 이 해설의 대상이 되는 6조스님의 문장은 “지혜
291 퇴옹성철(2015), p.23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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