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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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삼단논법을 전개함으로써 ‘견성=묘각’, ‘조사=불타’의 등치 관계

             를 증명하고자 한다.
                선종사에 기술된 무수한 견성 체험을 공평한 눈으로 보자면 어떤 것

             은 한 번의 깨달음이 영원히 지속되는 구경각이었고, 어떤 것은 일시적
             깨달음으로 보완해야 할 상태의 것이었다. 그러나 거듭 확인한 바와 같

             이 성철스님은 구경각만을 인정하는 입장을 견지한다. 내외명철 역시
             그렇다. 구경각이 아니면 내외명철이 아니며, 또 역으로 내외명철이 아

             니면 구경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견성성불의 의미 범주를 좁혀서 말한
             것과 같이 내외명철의 논의에서도 유사한 차원들을 모두 떨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분별적 사유의 범주에서, 그리고 생사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약간의 경계 체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스스로 견성을 자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해 버린다.
                다만 이러한 가르침에 근거하여 내외명철을 지향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사실 오매일여와 마찬가지로 내외명철의 실
             경계에 대한 강조는 그 가르침을 받는 수행자의 입장에서 위험할 수도

             있다. 오매일여와 내외명철을 지향하는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
             떤 수승한 경계라 해도, 심지어 깨달음이라 해도 지향이 일어나는 순간

             그것이 관념이 되어 ‘지금·여기’의 수행에 장애가 되는 것이다.
                다만 화두참구의 현장에서 성철스님의 이러한 주장은 비교적 무리없

             이 수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철스님이 제시하는 유일한 수행법
             인 화두참구 자체가 군말이 필요 없는 실참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논리적 설명을 통해 근접한 자리에 도달하는 일보다 화두참구로
             단번에 무심을 실참하는 길에 대한 확신은 성철선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더구나 성철스님은 내외명철을 객관화하지 않았다. 각자의 수행 중




                                                            제11장 내외명철 ·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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