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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으라’는 것은 모든 선사들의 설법의 핵심이었으며, ‘입을 여는 순

            간 틀렸다’는 것은 수행을 점검하는 스승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의 하나였다.

               하나같이 모두 선종사에 빛나는 보석과 같은 표현들이고, 선사들의
            깨달음을 증명하는 찬란한 장면들이다. 박산스님도 이것을 최고의 맛

            을 가진 제호로 인정한다. 그러나 어떠한 금과옥조의 표현이라 해도 언
            어문자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순간 미친 견해가 일어난다. 박산스님의

            비판이 집중되는 곳이고, 성철스님이 극력 배제하는 지점이다.
               ②와 같이 ‘생과 사가 나뉘는 중(生死分中)’이라는 표현을 ‘생과 사의 경

            계(生死界)’로 바꾸었다. 의미상의 차이는 없다. 다만 ‘생사분중生死分中’이
            라는 말은 박산스님이 즐겨 사용했던 표현으로 보이고, ‘생사계生死界’는

            보다 보편적인 표현이다. 쉽게 전달될 수 있는 용어로 대체하고자 한 것
            으로 보인다.

               ③에서는 ‘~하지 않으면 안 된다(不可不)’는 강조 표현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可不)’라는 부정의문문으로 바꾸어 표현했다. 뜻에는 큰 변

            화가 없다.
               ④와 같이 ‘비추어 깨뜨리다(燭破)’를 ‘깨뜨리다(破)’로 줄였고, ⑤~⑥

            과 같이 ‘허망경계虛妄境界’를 ‘허경虛境’으로 줄였다. 전체적으로 ③~⑥
            에 이르기까지의 생략은 문장을 간략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

            결과 ‘이 허망한 경계를 가장 먼저 비추어 타파해야 한다(不可不先燭破此
            虛妄境界也)’는 구어체적 표현이 ‘우선 이 헛된 경계를 타파해야 하지 않

            겠는가(可不先破此虛境也)’라는 문언문적 표현으로 바뀌었다.
               성철스님은 구어체보다 정리된 문언문적 표현을 선호한다. 문장을 구

            성하는 글자를 줄일 수 있다면 한 글자라도 줄이고자 하고, 이해를 돕
            기 위한 다양한 비유와 반복적 표현 역시 가능하면 생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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