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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허망한 경계를 밝게 비추어 타파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해설]  박산무이스님은 명대를 대표하는 조동종의 선사로서 당시의

            명사들과 교류가 깊었다. 인용문은 태사太史 오관아吳觀我의 질문에 대
            한 답글의 일부이다. 태사 오관아는 참선 수행에 매진하여 의정疑情이

            뚜렷한 경계에 도달하였지만, 그것이 지속되지 않자 그 고민을 박산스
            님에게 토로한다. 이에 박산스님은 해오의 병폐와 투철한 깨달음(徹悟)

            의 공덕을 대조해 보여주는 설법을 답신으로 보낸다. 성철스님은 “정
            안종사들은 철증徹證 이외는 모두 마설마속魔說魔屬으로 통척痛斥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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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는 논거로써 이 문장을 인용하였다.
               박산스님은 이 답신에서 문자에 기댄 해오의 병폐와 투철한 깨달음

            의 차이를 강조한다. 해오는 힘이 약하고 들어서 기억할 뿐 직접 본 것
            이 아니므로 실상과 하나로 만나지 못한다. 해오는 문자의 마력에 빠지

            기 쉽고 환하게 아는 것 같지만 생사의 현장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해오한 자는 아만과 증상만에 빠지기 쉽고 실천이 되지 않는다. 부처와

            같은 신통광명이 없다. 그래서 해오로써는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 이에
            비해 진정하고 투철한 깨달음을 증득하면 부처와 같은 다양한 방편과

            신통광명과 설법의 자유를 얻는다. 모든 보살의 동체대비가 저절로 실
            천되며, 다른 존재나 다른 세계와 장애 없이 오가면서도 뒤섞이지 않는

            다. 이렇게 설한 뒤 박산스님은 다시 인용문과 같이 언어적 차원에서의
            해오에서 일어나는 미친 견해의 위험성을 사례별로 제시한다.

               ①과 같이 긴 문장이 생략되었다. 미친 견해가 일어나는 다양한 사
            례들에 관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미친 견해로 꼽은 것들이 대부




             401   퇴옹성철(2015),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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