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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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역 언어로 이해할 뿐 철저한 깨달음을 얻지 못한 이는 미친 견
해를 끝없이 내놓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일상사에 특별한 것이 없
으니 나는 오직 그것에 짝하여 어울린다’는 말에 미친 견해를 냅니
다. 어떤 사람은 ‘변화되는 흐름을 따라 자성을 알아차리니 기뻐할
것도 없고 걱정할 것도 없다’는 말에서 미친 견해를 냅니다. 어떤 사
람은 ‘신통과 묘용이 물 긷고 나무하는 일’이라는 말에 미친 견해를
냅니다. 어떤 사람은 ‘본래 하나의 물건조차 없는데, 어디에서 먼지가
일어나겠는가’ 하는 말에서 미친 견해를 냅니다. 어떤 사람은 ‘대상경
계에 따라 마음이 수시로 일어나니, 깨달음이 자라고 말고가 있겠는
가’라는 말에서 미친 견해를 냅니다. 어떤 사람은 ‘산과 강, 그리고 대
지가 통째로 부처님의 몸을 드러내고 있다’는 말에서 미친 견해를 냅
니다. 어떤 사람은 ‘무명번뇌의 실제 자성이 바로 불성이고, 헛것으로
나타난 실체 없는 이 몸이 곧 법신’이라는 말에서 미친 견해를 냅니
다. 어떤 사람은 ‘들어서는 순간 몽둥이로 후려치는 일’에서 미친 견
해를 내고, 어떤 사람은 ‘문답이나 계기가 되는 인연에 서슴없이 말
이 나오는 것’에서 미친 견해를 냅니다. 어떤 사람은 ‘참구할 것조차
없이 말이 떨어지는 순간 딱 맞아떨어지도록 하는 것’에서 미친 견해
를 내고, 어떤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큰 소리로 꾸짖는 것’에서 미친
견해를 내며, 어떤 사람은 ‘시와 문장에 뛰어난 재주를 익히는 것’에
서 미친 견해를 냅니다. 어떤 사람은 ‘내려놓고 내려놓으라’거나 ‘입을
여는 순간 틀렸다’는 말에서 미친 견해를 냅니다.]
아! 최고의 맛을 가진 제호는 세상에서 귀중하게 여기는 것이지만,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거꾸로 독약이 되어 버립니다. 진실로 바른 법
이 무너지고 사마외도가 번성하여 서로 계승하여 그 권속들이 세간에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생과 사가 나뉘는 자리에 유념하는 수행자라면
제13장 해오점수 · 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