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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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 보았다. 두 명저의 핵심 종지가 서로 통한다고 본 것이다.

               서산스님은 여기에서 돈오점수와 원돈신해의 가르침을 선문의 종지
            로 착각하는 오류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서산스님은 출가하면서부터

            “차라리 어리석은 바보로 평생을 살지언정 문자나 외우는 법사는 되지
            않으리라.”고 서원한 철저한 선사이다. 그의 사교입선론捨敎入禪論은 『선

            가귀감』에서는 온건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선교석』과 『선교결』에서는
            비타협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읽는 이에 따라서 사교입선론

            은 선가일치적 논의로 이해되기도 하고, 일체의 교학적 이해를 배격하
            는 돈오선의 주장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성철스님은 『선가귀감』과 『선교

            석』, 『선교결』의 사이에 사상의 전환이 있었다고 판단한다.


               서산도 『선가귀감』을 지은 시절(44세)에는 돈오점수의 교의敎義를 먼

               저 배워 익힌 뒤에 교의 뜻을 놓아버리고(放下敎義) 참선하라고 지시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묘향산 금선대金仙臺 시절에 이르러서는
               공부가 익어 가면서 사상도 바뀌어, 원돈·점수는 사구이며 지해의
               병(知解之病)이니 ‘사람의 눈을 멀게 함이 적지 않다(瞎人眼不少)’고 하

               여 가르치지 못하게 하였고, 만일에 그를 따르지 않으면 ‘어리석고
               미쳐서 밖으로 내닫는다’고 심히 나무랐으며, 또 한편으로는 그의
               『선교석』 끝부분에서 ‘교를 중히 여기고 마음(선)을 가벼이 여기면
               비록 많은 겁을 거쳐 닦더라도 모두 천마·외도가 된다[重教輕心(禪)

               하면 雖歷多刼하여도 盡作天魔外道라]’고까지 극단적으로 말하였다.                   403



               이처럼 선과 교를 판석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서산스님의 『선교석』,
            『선교결』의 교학 부정은 철저하다. 이 두 저작에서 진귀조사설眞歸祖師




             403  퇴옹성철 저, 『육조단경』, 장경각, 1988, pp.30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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