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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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향, 10지, 등각의 지위를 거쳐 묘각에 이르기까지 42품의 무명을 타

             파하고 진여를 증득하는 길을 걷게 된다는 지위론을 제시한다. 이 지위
             론에서 10신은 본격적 깨달음의 진행을 위한 준비 단계에 해당한다. 그

             런데 그 준비 단계의 차원이 어마어마하다. 10신에서 견혹(初信), 사혹(2
             신~7신), 진사혹(8신~10신)을 단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요컨대 10신 만

             심, 혹은 10주 초주에 이미 성문의 극과인 아라한과를 증득한 뒤 본격
             적 여정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천태에서는 10주의 초주에 견성한 뒤 10주, 10행, 10회향,
             10지의 지위를 거치며 40품의 무명을 끊고 40조각의 진여를 증득한

             다. 그런 뒤 10지에서 다시 1품의 무명을 끊어 일생보처인 등각에 진입
             하고, 등각에서 마지막 1품의 미세무명을 끊어 묘각에 진입하게 된다.

                천태에 의하면 이러한 분파분증은 장교와 별교, 그리고 통교와는 비
             교조차 할 수 없는 고차원의 것이다. 이를 상호 비교해 보면 천태의 10

             신 완성이 장교의 극과인 아라한과에 해당한다. 성문승의 공부가 완료
             된 시점에서 원교의 본격 공부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 10신의

             완성은 통교의 극과인 성불에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원교의
             10행 중 제2행이 별교의 묘각에 해당한다. 그래서 천태에서는 “자신들

             의 진정한 원인의 시작이 다른 교파의 극과에 해당한다.”                      404 라고 말하
             는 것이다.

                그 차이는 근본무명을 단멸하는 정도에 있다. 천태의 교리에 의하면
             장교와 통교에서는 근본무명이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별교도

             비교가 안 된다. 별교에서도 무명을 끊는 수행을 하기는 하지만 10주에
             서 10행의 제2행에 이르기까지 12품의 무명을 끊을 뿐이다. 이에 비해




                 『
              404  天台四教儀』(T46, p.780a), “我家之眞因, 爲汝家之極果.”


                                                            제14장 분파분증 ·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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