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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분파분증分破分證


















               1. 분파분증 설법의 맥락





               교가에서는 수행의 진전에 따른 지위의 승진을 체계적으로 논의하

            는 지위설을 개발한다. 이 교가의 지위론은 수행의 심천을 설명할 수
            있는 유효한 도구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실제적 깨달음을 추동하는 힘

            이 미약하며 오히려 수행에 전념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애가 될 수도 있
            다. 그래서 선종에서는 지위론을 부정하고 단번에 깨닫는 돈오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만큼 교가의 지위론은 정치함을 자랑한다. 특히 원교를 표방하는

            천태와 화엄 등에서는 돈오와 점수적 지위설을 함께 만족시키는 지위
            론을 제시한다. 그 완성형이 10주 초주의 초발심에 견성한 뒤, 다양한

            지위를 차례로 밟아 깨달음을 완결시킨다는 분파분증分破分證, 혹은 분
            진分眞의 교리이다.

               분파분증은 견성 이후 무명을 한 조각씩 타파하여 그만큼의 진여를
            증득해 나간다는 뜻이다. 천태에서는 초주 견성 이후 10주, 10행,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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