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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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보자면 근본무명에서 일어나는 대상경계의 상(相分)은 제8지에서
끊는다. 근본무명에서 일어나는 주체적 봄의 상(見分)은 제9지에서 끊는
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혹의 근원인 무명은 제10지 금강유정金剛喩定
에서 끊는다. 그러니까 화엄의 지위론에서는 10지가 특히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무생법인을 성취하는 제8지가 중요하다. 『화엄경』의 「10지품」
이 특별히 중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성철스님 분파분증 설법의 특징
분파분증은 교학의 최고 완성형인 원교의 원돈사상 또한 해오점수
에 속하며 그러므로 선문에서 동의하는 바가 아니라는 점을 논의하는
장이다. 특히 천태나 화엄에서는 해오인 초주를 견성으로 규정했으므
로 오랜 기간을 요하는 점수의 단계를 설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집중
적으로 논의한다. 교가에서 말하는 견성이 구경각이 아니라는 점, 보
조스님이 제창한 돈오점수가 결국 교가의 설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서이다.
성철스님은 분파분증론에서 『천태사교의』를 중심으로 10주 초주에
견성하고 무생법인을 성취한다는 천태의 기본 관점을 검토한다. 천태
스님은 초주가 성불을 향한 여정의 진정한 출발(眞因)이기는 하지만, 그
렇다고 그 자체가 묘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성철스님은
바로 이렇게 천태종의 종조인 천태스님 스스로도 인과가 원융하고 상
즉하는 것은 원리이지 실제로는 원인과 결과가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강조한다.
제14장 분파분증 · 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