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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의 초주는 그 뒤로 타파해야 할 무명이 40여 품이나 남아 있다.

            그러므로 성철스님에게 있어서 초주는 여정의 출발일 뿐, 그 어떤 의미
            도 부여해서는 안 되는 버려야 할 티끌에 해당한다. 무엇보다도 초주를

            견성이라 보는 논의는 철저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주초정각住初正覺은 무명몽중無明夢中의 몽각夢覺이요 진각眞覺이 아

               니며, 주초무생住初無生은 무명이 미진未盡한 가무생假無生이요 무
               명이 영진永盡한 진무생眞無生이 아니다. 따라서 주초견성住初見性도
               『대열반경』의 불생번뇌不生煩惱한 견성, 『기신론』의 원리미세遠離微細
               한 견성이 아니니, 이는 견성의 진인眞因이요 불조가 정전正傳하는

               묘각 즉 구경각의 견성이 아니다.           405



               참다운 견성은 대열반을 증득한 묘각이고 구경각 이외의 다른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구경각이라야 견성이라 할 수 있다는 주

            장은 성철선의 핵심이다. 성철스님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대원각과 선종
            의 돈오견성을 등치시킨다. 여래선과 조사선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성철스님은 조사선의 전통에 석가모니의 팔상성
            도를 오버랩시킨다. 이를 통해 선종의 말류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교

            정하고자 한다. 부분적 눈뜸을 견성으로 인정하여 일어나는 폐해, 중
            도와 진여의 실천 수행을 사족으로 평가절하하는 폐해, 깨달음을 지적

            유희로 전락시키는 폐해 등이 그것이다. 일체의 타협과 안주를 거부했
            던 부처님의 수행과 깨달음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한 것이다.

               선사로서 교종의 분파분증론을 비판하면서도 천태의 교리를 상대적





             405  퇴옹성철(2015),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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