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8 - 정독 선문정로
P. 748
하는 문장에서 가져왔다. 제7지에서는 모양 없음을 관조하는 가행과
방편공부를 통해 분별로 인한 오염을 소멸시킨다. 그리하여 제8지에 진
입한다. 제8지에서는 그 모양 없음을 관하는 방편공부조차 사라져 무
공용의 공부가 시작된다. 성철스님은 8→9→10지의 단계를 거치며 아
뢰야식의 3세가 차례차례 사라진다는 『기신론』의 논리 전개를 보여주
기 위해서 그 이전 단계를 말하는 이 문장을 인용하였다.
2)는 제8지의 성취를 보여주는 문장에서 가져왔다. 대상경계로서의
모양인 경계상境界相은 근본무명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제8지에서는 모
양으로 인한 장애를 벗어나는 자유(色自在)를 얻었으므로 경계상으로 인
한 오염(現色不相應染)이 소멸하게 된다. 경계상은 3세 번뇌 발생의 연쇄
고리 중 세 번째에 해당한다. 이것이 제8지에서 소멸된다는 것이다. 성
철스님은 화엄의 종조인 현수스님의 말을 빌려 제8지가 번뇌 소멸의 중
간 단계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3)은 제9지에서 능견상能見相으로 인한 오염(能見心不相應染)을 끊게
됨을 말한다. 내가 본다는 주체의식은 3세 번뇌 발생의 연쇄 고리 중
두 번째에 해당한다. 이것이 제9지에서 소멸된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제9지 역시 미세번뇌의 완전한 소멸과는 거리가 있는 미완의 단계임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인용하였다.
4)는 제10지에서 번뇌의 근원인 근본무명으로 인한 오염(根本業不相應
染)이 끊어짐을 말하는 문장이다. 보살의 지위가 완결되는 제10지 금강
유정의 무구지에서 미세한 습기와 마음의 작용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
이다. 이 무명업상은 3세 번뇌 발생의 연쇄 고리 중 시작점에 해당한다.
성철스님은 제10지에서 아뢰야식의 3세의 번뇌가 끊어지기는 하지만
궁극적 멸진은 불지에 이르러야 완성된다는 점을 설하기 위해서 이 문
장을 가져왔다.
748 · 정독精讀 선문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