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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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 주체의식이 남아 있으므로 진정한 무생이 아님을 강조한다. 2)는

             바로 그러한 목적으로 인용된 문장으로서 제8지의 성취와 한계를 함
             께 밝히고 있다. 일체의 분별적 사유는 법을 바로 보지 못하게 하는 장

             애이다. 그래서 이것을 법을 가로막는 생각(障法想)이라 부른다. 이것은
             장애를 다스리겠다는 의도가 담긴 의식(治想)에 의한 실천을 통해 소멸

             된다. 문제는 이러한 주체의식이 제8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남아 있다
             는 데 있다. 그것이 수행을 추동해 온 힘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생각

             의 차원이므로 진정한 무심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도 주체를
             세우는 의식은 대상을 함께 세운다. 미세하기는 하지만 분별망상에 속

             한다. 그러므로 장애를 다스리겠다는 의식이 작동하는 제8지는 궁극의
             자리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청량스님에 의하면 장애를 다스리겠다는 의식이 담긴 무분별지는 다
             섯 가지 별경심소別境心所 중 다섯 번째인 혜심소慧心所에 속한다. 외도

             나 2승의 멸진정은 생각과 감각이 멸진한 상태이므로 다스린다는 생각
             (治想)이 없다. 멸진정의 문제는 밝은 비춤이 없다는 데 있다. 이에 비해

             제8지의 무생법인은 본체를 비추는 작용(照寂)이 있어 성문·연각의 멸
             진정과 차원이 다르다. 그럼에도 여여함 그 자체인 여래의 적조寂照와

             달리 한계를 갖는다. 그것이 바로 비추고 다스린다는 주체의식(治想)인
             것이다.

                3)은 기본적으로 2)와 동일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데, 망상을 다스
             린다는 생각이 남아 있는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어 인용한 것 같다.

                인용문에 표시한 바와 같이 생략과 추가가 행해졌다. ①과 ⑥은 ‘분
             별적 생각(分別想)’을 ‘분별망상分別妄想’으로 바꾸어 표현한 것이다. 엄밀

             히 말하자면 분별과 망상과 집착은 독립적 개념이다. 성철스님은 아뢰
             야식 차원의 미세한 분별이 곧 망상임을 강조하는 입장에 있으므로 이




                                                            제14장 분파분증 ·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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