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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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은 이와 같이 제8지, 제9지, 제10지의 성취와 한계를 말하
는 문장을 논거로 하여 그것이 진정한 무생법인이 아니며, 진정한 견성
이 아님을 말한다. 그러면서 제8지, 제9지, 제10지조차 인정할 수 없는
데 10주 초주의 견성은 더더구나 인정할 수 없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인용문에 표시한 바와 같이 상당한 손질이 가해졌다. 먼저 1)의 문
장을 보자. ①의 ‘이以’는 ③의 ‘고故’와 결합하여 ‘~이기 때문’이라는 뜻
을 형성한다. 제7지를 ‘계를 갖춘 지위(具戒地)’로 부르는 이유를 밝히는
내용으로서 ‘~때문’이라고 기술된 문장이다. 앞의 문장까지 함께 언급
하는 것이 불편하므로 이를 생략하여 독립된 문장으로 만들었다. ④의
‘이以’와 ⑥의 ‘고故’ 역시 같은 이유로 생략되었다.
한편 ③에는 ‘고故’ 외에도 제7지를 ‘모양 없음을 방편으로 하는 지위
라고 한다(云無相方便地)’는 구절이 생략되었다. 제7지를 부르는 이름이
여럿 제시될수록 그것은 중요해진다. 성철스님은 제7지, 제8지는 물론
제10지, 등각에 이르기까지 구경각이 아님을 강조하는 입장이므로 각
지위를 중시하는 문맥을 지우고자 한다. 생략의 이유이다.
②의 ‘모양 없음을 관조함에 있어서(於無相觀)’와 ⑤의 ‘모양 없음에 있
어서(於無相)’의 구절이 생략되었다. 불교 공부의 핵심은 모양 없음을 관
하여 모양 없음과 존재적 통일을 이루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의식적 공
부를 짓는 단계가 있고, 의식 없이 저절로 공부가 되는 단계가 있다. 모
양 없음을 관하는 데 있어서 애써 공부해야 하는 제7지는 의식적 공부
를 짓는 단계이다. 마음을 쓰지는 않지만 공부가 아직 남아 있는 제8
지는 의식 없이 공부가 저절로 되는 단계이다. 성철스님은 제7지와 제8
지 모두 아직 공부가 남아 있는 단계라는 점에서 다를 것이 없다고 보
는 입장이다. 이를 생략한 이유가 된다.
⑦과 같이 경계상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였다. ‘거울에 모양이 비치는
제14장 분파분증 · 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