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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한 단어로 묶어서 표현한 것이다.

               ②에 제8지의 경계에 대한 묘사인 ‘집착함이 없어 허공과 같으며, 일
            체의 현상에 들어가는 것이 허공의 본성과 같다’는 구절이 생략되었다.

            심의식의 모든 차원에서 분별을 내려놓아 몸과 마음이 허공과 같아진
            다는 표현이다. 성철스님은 비유적 표현을 가능하면 생략한다. 이 구절

            도 그러한 이유에서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③에서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무생인無生忍’으로 표현하였다. 무생법

            인은 일체의 법에 생성과 소멸이 없는 이치를 깨달아 안주하는 지혜를
            가리킨다. 이것을 무생무멸법인이라 하는데 이것을 줄여서 무생법인으

            로 표현하고, 이것을 다시 줄여서 무생인으로 표현한다. 『화엄경』의 해
            당 문맥에서도 무생법인과 무생인의 두 용어를 혼용하고 있다. 그러므

            로 뜻에는 차이가 없다. 이것을 바꿔 표현할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이
            지만 오직 불지라야 진정한 무생(眞無生)이라는 관점을 드러내는 데 더

            적절한 어휘로 보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④의 ‘불자여 보살이(佛子, 菩薩)’와 같이 청법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말이 생략되었다. 본래의 경전에서는 이 말을 기준으로 문단이 나뉜다.
            이것을 생략함으로써 두 문단이 하나의 문장으로 묶이게 된다. 효과적

            인용을 위한 생략이다.
               ⑤의 ‘즉시卽時’가 생략되었다. 무생법인을 성취하면 그 ‘즉시卽時’ 제8

            지에 진입하게 된다는 문장이다. ‘즉시’가 없어도 뜻의 전달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생략한 것이다.

               ⑦의 ‘유有’ 자를 생략하였다. 이 글자가 있으면 법에 장애가 되는 생
            각(障法想)과 장애를 다스린다는 생각(治想)이 ‘있음(卽有)’과 ‘없음(卽無)’으

            로 대비된다. 이렇게 대비적 관계로 보면 장애가 되는 생각에는 분별
            이 있고, 장애를 다스린다는 생각에는 ‘분별지가 없다’는 뜻이 된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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