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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처럼 근본무명에서 발동하여 경계의 모양으로 나타난 것’이 경계상이
라는 설명이다. 제8지에서 경계상, 제9지에서 능견상, 제10지에서 무명
업상을 차례로 멸진한다는 것이다. 제8지, 제9지, 제10지의 미완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볼 때 미세번뇌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그리 중요하
지 않다. 생략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⑧의 ‘이以’와 ⑨의 긴 문단이 생략되었다. 제8지에서 ‘세 가지의 세간
자재를 증득하여 모양과 본성과 마음 가는 바에 장애가 없기 때문에
~이라고 한다(得三種世間自在, 色性隨心無有障礙, 故云)’는 뜻이다. 성철스님
은 수행자들이 제8지의 성취에 주목하기를 원치 않는다. 오직 제8지가
경계상의 소멸을 숙제로 안고 있는 미완의 단계에 속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한다. 생략의 이유에 해당한다.
⑩의 어조사 ‘야也’는 ‘~니라’라는 한글 현토와 기능이 중복되므로 생
략하였다.
⑪의 능견상에 대한 설명, 즉 ‘근본무명에서 발동하여 본다는 주체의
식을 일으키므로 위의 글에서 마음의 움직임으로 인하여 본다는 의식
(能見相)이 형성된다고 하였다’는 구절을 생략하였다. 능견상에 대한 구체
적 해설이다. 제9지가 미완의 단계라는 점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인용
목적이다. 굳이 구체적 해설이 필요치 않은 것이다. 생략의 이유이다.
⑫는 단순 생략이고, ⑬에서는 제9지에서 성취하게 되는 것들을 생
략하였다. 현대어역에 보인 바와 같이 ‘중생들의 마음이 작용하는 열 가
지의 빽빽한 숲을 잘 알기 때문에 마음에 자재한 심자재心自在라 한다.
여기에서는 타인의 마음에 자재함을 얻으며, 또한 40가지 장애 없는 지
혜를 증득하여 장애가 되는 주체의식이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
는 내용이다. 제9지라 해도 능견상을 소멸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는 점
을 드러내는 인용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생략하였다. 성취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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