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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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에서 아난에게 헌정된 다문제일이라는 호칭은 절대적인 찬양의 뜻이

             담긴 말이었다.
                『화엄경』에 이르면 다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많이 듣는 일만 가

             지고는 여래의 법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속에 있는 사
             람이 물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목말라 죽는 일, 맛있는 음식을 앞

             에 두고도 굶어 죽는 일, 모든 처방을 아는 의사가 스스로를 구하지 못
             하는 일, 종일 타인의 보물을 세지만 자기 몫은 반푼도 없는 일 등으로

             비유된다. 다만 이것은 다문만 있고 실제적 수행이 없는 경우에 대한
             비판이지 다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문에 대한 부정은 가섭이 결집을 위해 모인 대중 속에서 유독 아
             난을 축출한 사건을 통해 극적으로 부각된다. 다문제일 아난이 무루과

             를 성취하지 못하여 500명의 아라한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해를 보는 관점 역시 다문과 유사한 변화를 겪게 된다. 불교 경전

             에서 지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고 이해하는 미덕이었다. 이에 비해
             선문의 전적에서 지해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6조스님이 신회스님

             을 지해종사知解宗師가 되리라고 예언한 일은 그 상징적 사건이다. 그래
                                                 421
             서 선문에서 ‘귓속의 먼지, 눈속의 헛것’ 처럼 바른 견해를 가로막는 장
             애로 인식되거나 깨달음을 가로막는 장애로 지목 된다. 나아가 미혹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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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요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아예 번뇌와 동의어로 쓰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지해는 선문에서 반드시 물리쳐야 하는 큰 도적이다. “이 문
             에 들어오려면 지해를 남기지 말라.”             423 고 한 평전보안平田普岸스님의 법




                 『
              421   圓悟佛果禪師語錄』(T47, p.719c), “若存情識論知解, 耳裏塵沙眼內華.”
                 『
              422   大慧普覺禪師語錄』(T47, p.921a), “晚年爲知解所障, 未有一悟入處.”
              423   景德傳燈錄』(T51, p.267a), “天台平田普岸禪師, 洪州人也 …… 神光不昧, 萬古
                 『
                 徽猷. 入此門來, 莫存知解.”


                                                            제15장 다문지해 · 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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