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6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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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가 선문의 표어처럼 쓰이게 된 것도 이러한 맥락의 반영이다. 요컨대
지해는 선문의 원수이다. 그래서 지해를 완전히 내려놓는 일은 선문에
서 깨달음의 동의어가 된다. 대혜스님이 스승 원오스님의 필생의 지혜
가 담긴 『벽암록』을 불태웠던 것 424 도 후학들이 지해에 탐닉하느라 실제
적 수행에 소홀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한편 불교 전적에서 다문과 지해를 함께 묶어 논의한 예는 『종경록』
에서 찾아진다. 『능엄경』에 의하면 아난은 부처님의 설법을 모두 듣고
모두 기억하는 다문총지의 모범 수행자였다. 그렇지만 마등가의 유혹
에 흔들리고 만다. 이에 부처님은 아난에게 여러 겁에 걸쳐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기억한다 해도 하루 동안 무루업을 닦는 일보다 못하다
는 가르침을 내린다. 영명스님은 『종경록』에서 이것을 해설하면서 “자
성을 보는 수행에 전력을 다해야 하며 다문지해를 능사로 삼아서는 안
된다.” 425 고 말한다. 다문지해의 대표적 용례가 되는 것이다. 이후 몇몇
『능엄경』의 해설서에서 영명스님의 설을 채용하면서 이 말이 쓰였을 뿐,
그 밖에 다문지해라는 용어의 직접적 용례는 발견되지 않는다.
2. 성철스님 다문지해 설법의 특징
그러니까 다문지해라는 용어는 영명스님의 『종경록』에서 가져온 것이
다. 이에 대한 성철스님의 논의는 전반부는 다문, 후반부는 지해를 비
424 佛果圓悟禪師碧巖錄』(T48, p.224c), “圓悟老祖居夾山時, 集成此書, 欲天下後世,
『
知有佛祖玄奧, 豈小補哉. 老妙喜深患, 學者不根於道, 溺于知解, 由是毀之.”
425 宗鏡錄』(T48, p.624c), “全爲見性修行, 不取多聞知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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