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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깨달음의 완성도는 무심의 성취에 비례한다. 그런데 경론의
학습은 정교한 유심의 구조물을 건축하는 일로 귀결된다. 그것은 무심
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그러므로 장애이다. 다음으로 책을 보고 학
습하는 일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하므로 수행에 전념하지 못하게 한
다. 그러므로 장애이다.
성철스님은 이 두 경우를 모두 고려하여 경론의 학습과 독송을 배격
한다. 그러니까 경론의 학습은 무익할 뿐만 아니라 고질병을 키우는 일
이라는 것이 성철스님 다문지해 설법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
철스님은 문자에 탐닉하는 총명한 지식인이 아니라 무쇠같이 둔한 자
세를 요구한다.
생철生鐵로 주취鑄就한 치둔癡鈍으로써 일체 만사를 돈망頓忘하고
오직 불조공안佛祖公案을 참구하여 주야로 게을리하지 않으면 오매
일여의 깊은 경지에서 활연대오豁然大悟하여 진여본성眞如本性을 통
견洞見하리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리오. 이것이 원증圓證인 증오證悟
이며 견성이며 성불이다. 426
짧은 문장이지만 성철스님의 전체 주장이 효과적으로 집약된 문장
이다. 성철스님에 의하면 참선 공부는 첫째, 무쇠 같은 둔함으로 공부
에 임해야 한다. 둘째, 공안을 참구하는 화두선의 수행이라야 한다. 셋
째, 주야로 잠을 줄여가며 정진해야 한다. 넷째, 오매일여의 실경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섯째, 오매일여의 경계를 뚫고 크게 죽어 크게
살아나는 활연대오가 있어야 한다. 여섯째, 여래가 성취한 원각이라야
426 퇴옹성철(2015),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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