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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깨달음의 심천深淺에 대한 청량스님의 논의에서 가져온 문장
이다. 지해적 차원의 깨달음을 해오, 직접 진여에 계합하는 일을 증오
라 한다는 것이다. 돈과 점의 여러 논의를 여기에 배치해 보면 돈오점
수는 해오에 속한다. 먼저 이해의 차원에서 깨달은 뒤 수행을 통해 완
전하게 계합하는 분증의 길을 걷기 때문이다. 성철스님은 해오와 그에
바탕하여 단계를 밟아 나가는 분증을 배제하고 구경각으로서의 증오만
을 인정한다.
정전의 대종장大宗匠들은 묘각후과妙覺後果인 원증이 아니면 견성과
오심悟心을 허락하지 않고 분증과 해오는 사지악해邪知惡解 망식정
견妄識情見으로 극력 통척痛斥하는 바이다. 34
한편 인용문의 문장에 표시한 바와 같은 손질이 행해졌다. 이 중 ①
의 ‘점과 돈을 설명하자면 여러 가지의 길이 있다(若明漸頓者, 乃有多門)’는
문장이 생략되어 있다. 원문에서는 이 문장을 받아 구체적으로 돈점에
대해 돈오점수(해오), 점수돈오(증오), 점수점오(증오), 그리고 해오와 증
오에 함께 통하는 돈오돈수 등의 길이 있음을 자세하게 논하고 있다.
35
성철스님은 돈오점수가 해오에 해당함을 밝히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
하였다. 그래서 그 밖의 점수점오, 점수돈오, 돈오돈수 등 증오에 속하
는 기타의 길을 설명하는 ①을 생략하였다. 각각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필요로 하므로 해오 비판의 논지를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34 퇴옹성철(2015), p.49.
『
35 華嚴經行願品疏』(X5, p.64c), “若云漸修頓悟, 謂初攝境唯心, 次視心本淨, 後心
境雙寂. 瞥起不生, 前後際斷, 湛猶停海, 曠若虛空, 此約證名悟. 則修如瑩鏡, 悟
似鏡明. 若云漸修漸悟, 亦是證悟. 則修之與悟, 並如登臺, 足履漸高, 所鑒漸遠.
若云頓悟頓修, 此通三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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