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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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한 보조스님의 수증론 역시 화엄선에 속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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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보조스님은 선종의 종지를 바로 이은 분이 아니라 고 부정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성철스님이 인용문과 같이 돈오점수를 해오라고 규정
하는 화엄학의 교설을 인용하면서도 증오에 대한 그 밖의 교설은 수용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선택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그리하여 화엄학
의 교설에 의하면 점수돈오, 점수점오, 돈오돈수가 모두 증오에 해당하
지만 성철스님은 오직 원증돈증圓證頓證만을 증오로 규정한다.
성철스님은 원증돈증에 세 가지 의미를 담는다. 첫째, 선가의 견성은
진여에 직접 계합하는 증오로서 해오와 다르다. 둘째, 그것은 완전한
원증으로서 미완성의 분증分證이 아니다. 셋째, 그것은 단박에 일어나
는 돈증으로서 점차적 지위의 승진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것이 바로 성철선의 제1종지인 돈오원각론의 내용이다.
①과 같이 ‘수행에는 모양을 따르는 수행과 모양을 벗어나는 수행이
있다(修有隨相離相)’는 구절이 생략되었다. 수행의 논의와 깨달음의 논의
를 함께 진행하는 규봉스님의 글에서 해오와 증오에 대한 설명만 가져
오기 위한 조치이다.
②와 같이 ‘행만공원行滿功圓’을 ‘행원공만行圓功滿’으로 순서를 바꾸
어 표현하였다. 동사의 순서가 바뀌어도 뜻에는 변함이 없다. 성철스님
은 수행에는 ‘완성된다(圓)’는 표현이 어울리고, 공덕에는 ‘가득 찬다(滿)’
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보아 그 순서를 바꾼 것 같다. 또 이렇게 바꾸고
나면 앞뒤의 동사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원만圓滿’이라는 단어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36 성철(2015), p.50.
제1장 견성즉불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