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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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이러한 조사의 입장에서 보면 돈과 점의 구분은 방편에 불과하

             다. 견성하여 완전히 깨달은 입장에서 보면 경전의 지위설 역시 방편에
             불과하다.

                이것이 영명스님이 내놓은 답변의 대강이다. 견성하면 돈점이나 각각
             의 지위가 방편임을 알아 모두 내려놓게 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인

             용하였다. 이를 논거로 하여 성철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만약 수행에 위계와 돈점이 필요하다면 이는 유병요약有病要藥으로

                망멸증진妄滅證眞하여 병차약제病差藥除한 구경무심究竟無心이 아니
                니 절대로 견성이라 할 수 없다.          28



                이처럼 성철선은 더 이상의 수행이 필요 없는 구경무심이라야 견성
             이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요컨대 그대가 도달한 그 자리는 견

             성이 아니다. 도달한 자리가 있다면 그것은 버려야 할 무엇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기특한 경계라도 거기에 머무르거나 의미를 부여하

             지 말고 다시 공부를 지어 나가라는 것, 이것이 성철스님의 일관된 가
             르침이다.




                【1-22】  若得直下에 無心하면 量出①處[虛]空之外어니 又何用更
                歷階梯리오



                선문정로  만약 직하直下에 무심하면 허공 밖에 초출超出하거니 어찌
                계제階梯를 수력修歷하리오.





              28   퇴옹성철(2015), p.44.



                                                             제1장 견성즉불 ·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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