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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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성철스님이 불성을 시설한 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다. 성철스

             님은 견성즉불론에서 깨달음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구경무심의
             중요성을 설했다. 그것은 선방의 수좌들과 같이 수행에 전념하는 수행

             자들로 하여금 백 척의 장대 끝에서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하는
             경책의 의미가 강하다. 그런데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이 법문을 대하면

             용기가 꺾이지 않을 수 없다. 선방에서 치열하게 공부하는 스님들도 도
             달하지 못하는 자리라면 나는 가망이 없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수

             행 의지가 꺾이는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중생불성론에서는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갖고 있으므로 누구

             나 다 부처가 될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누구나
             불성을 가지고 있으니 이는 결코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없다. 바로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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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누구나 성취할 수 있다.” 는 것이다. 자기가 깨
             달았다는 자부심을 갖는 수행자를 위해서는 문을 좁혔지만 어렵다는

             생각을 내는 입문자를 위해서는 문을 넓게 열어 준 것이다.
                그것은 성철스님이 처했던 불교적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성철스님

             당시의 한국 불교의 주류는 기복불교였다. 부처는 신적인 존재로서 복
             을 내려주는 주체였고, 중생은 그 시혜를 받는 대상적 존재였다. 견성한

             수행자는 그 초월성으로 주목되었고, 보통의 나와 다른 차원의 존재로
             이해되었다. 말할 것도 없이 대승불교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었

             다. 여기에서 성철스님은 중생불성론을 통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으
             며,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불교의 전부임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그것

             은 대승불교를 대중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원칙의 확인이기도 하다.
                다만 성철스님은 모든 존재가 불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




              39   퇴옹성철(2015), p.63.



                                                             제2장 중생불성 ·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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