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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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대승의 『대열반경』에 불성론이 더해진
것 역시 이러한 상황적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
초기불교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삶이 무상·고·무아라면 그 질곡에
서 벗어나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이것이 대열반으로서 초
기불교에서 그것은 죽음과 동의어였다. 자연히 죽음에 대한 숭배가 나
타나게 된다. 자칫하면 허무주의적 경향으로 전개될 수 있는 상황이었
다. 대승의 『대열반경』은 그 부정적 측면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중생의
삶은 무상하고, 괴롭고, 실체가 없다. 과연 그렇다. 그러나 열반의 세계
는 이와 정반대여서 영원하고, 지복으로 가득 차 있고, 실체가 있으며
평등하다. 이러한 논리적 전환을 통해 ‘대열반’은 무상한 몸(無常身)의 소
멸을 의미하는 대신에 영원한 본래성(佛性)으로의 회귀를 뜻하는 말이
된다.
대승의 『대열반경』은 성립 과정 그 자체부터가 극적이다. 이 경전은
성립 과정에서 내용의 확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성철스
님이 강조하는 일천제一闡提 성불설에 이르러 완결된다. 모든 중생이 불
성을 갖고 있다면 원칙적으로 거기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와 관
련하여 『대열반경』에는 전반부와 후반부에 흥미로운 맥락적 단층이 발
견된다. 전반부에서는 선근을 모두 끊어 버린 일천제는 불성이 없으므
로 성불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전개되다가 후반부에서는 문맥이 일변
하여 일천제의 성불 가능성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성론은 6조스님의 돈오론에 적극 수용된다. 이에 성철스님
은 다양한 인용을 통해 불성의 동의어를 제시하여 성불의 내용을 밝히
고자 한다. 불성이 곧 부처의 본래 성품이므로 이것을 보아 전면적으로
구현하면 곧바로 성불하여 부처님과 한 치도 다를 것이 없게 된다는 것
이다. 그래도 독자의 입장에선 여전히 의심이 남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제2장 중생불성 ·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