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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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중생불성론의 설법에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성
철스님의 불성에 대한 설법은 “바로 믿고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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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성취할 수 있다.” 는 말로 결론을 맺는다. 무엇을 믿는가? 나 자신
이 완전한 불성을 가지고 있음을 믿으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바른 믿
음이 있어야 나의 밖에서 진리를 구하는 맹목을 면할 수 있다. 열심히
노력하라는 가르침은 성철스님의 설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 이대로 완전한 불성을 갖추고 있다면 이 사실만
잘 확인하면 되지 따로 수행할 것이 없다는 견해를 내는 사람들이 있
을 수 있다. 사람들은 분별 사유의 뿌리 깊은 습관성을 과소평가한다.
분별 사유는 착하고 악함을 떠나 그 자체가 번뇌망상이다. 그래서 불성
을 보았다거나 무심을 성취했다고 하는 것이 분별적 차원의 착각일 경
우가 십중팔구이다. 수행은 분별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것이지 따로 찾
을 불성이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분별의 구름을 어떻게 걷어내어 구경의 무심을 성취할 것
인가? 성철스님은 시종일관 활구참구를 최선의 길로 제시한다. 애초에
어불성설인 공안에서 다시 앞부분의 얘기까지 잘라내 버린 외마디 화
두를 드는 일이므로 생각이 붙을 곳이 없다. 끝없이 의심해 들어가므로
머물 수가 없다. 이러한 말 길이 끊어지고 생각할 길이 사라진 실천을
두고 열심히 화두를 든다고 하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화두를 열심히 들면 두꺼운 번뇌망상의 구름장도 단번에
확 걷힌다고 단언한다. 화두참구는 번뇌망상을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조
차 끼어들 수 없는 ‘모를 뿐인 자리’에 단번에 들어가는 길이다. 그 모를
뿐인 상태가 일관되어 주체와 대상이 사라진 자리에서 불성이 저절로
40 퇴옹성철(2015), p.63.
제2장 중생불성 ·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