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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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퇴옹학보』 제17집
일체설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관공(觀空)’이다. 관법(觀
法)을 행하는 방식에 따라 모든 존재[一切法]가 변한다. 일심(一心)으로 파
란 색만 생각하면 주변이 전부 파랗게 변하고, 마음이 오로지 붉은 색
만 생각하면 주위가 전부 붉게 변하는 십변처(十遍處) 같은 선관(禪觀) 수
행을 통해 체득한 방식이 이것이다. 객관은 주관에 따라 변하는 존재
고, 주관은 존재하나 객관은 공(空)하다. 유가행파가 주창하는 유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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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唯識無境)이 하나의 보기다. 대상은 공하나 식(識)은 공하지 않다, 아
니 식(識)이 경(境)을 만들고 변화시킨다[轉變]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성공(性空)’이다. 직접적인 원인인 인(因)과 간접적인 조건인 연(緣)의 결합
으로 나타난 존재나 현상은 ‘본성상 공’[性空]하다고 직관적으로 파악한
다. 모든 존재는 환상이나 신기루 같은[如幻如化] 가유(假有)일 뿐이다. 중
관파가 진리를 인식하고 파악하는 방식이다.
붓다는 분석적이고 분별적인 방식으로 사물과 현상을 관찰했다. 오
온을 하나하나 나누어 설명하다 결국에는 ‘아(我)가 없다’는 무아를 논
증하는 식이다. 『잡아함경』 등에 많이 나오는 논법이다. 붓다가 분석과
분별을 택한 것은 극단으로 달려가기 위함이 아니며, 분석을 통해 극단
을 버리고 중도의 견해를 결택하기 위해서였다. 붓다의 중도는 실천적인
중도지, 사변적인 중도는 결코 아니다. 붓다는 결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지 않았다. 고행도 권하지 않지만 쾌락도 가
까이 하지 않는 불고불락(不苦不樂)의 중도가 대표적이다. 붓다에게 분별
18) 印順(2011a), 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