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7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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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王陽明)과 퇴옹(退翁)의 심성론·수행론 비교 • 197
(Philologie)를 토대로 『대학(大學)』이라는 필로소피(Philosophie)로 나아간
다. 『대학』에서 제시하는 인간사회·정치의 이상목표인 ‘삼강령’(三綱領)과
그 액션플랜인 ‘팔조목’(八條目)도 주희가 『소학』의 첫머리에 쓴 「소학제사
(小學題辭)」에서 밝힌 대로 “인간의 본성은 원래 선하지 않은 것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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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는 맹자적 이념의 선언 즉 인간 본성의 선(善)을 신뢰하고, 확대·완
성하는 것이었다. 종교에서 말하는, 세속적 인간을 벗어나서 성스러운
단계[神格]로 나아간다는 저 ‘초범입성’(超凡入聖)의 과업도 먼저 범인(凡
人)의 실존적 구조[實相] 파악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신격(神格)인 성인
(聖人)은 범인을 초절(超絶)한 것이 아니라 범인이라는 인격(人格)에서 출
발하여 획득되는 것이다. 인간 일반[凡人]의 내면[心性]이 ①미완의 것[妄,
惡, 不善]으로 볼 것인가 ②완성된 것[覺, 善, 良]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외부에서 내부로 부과되는 인위적 수련[→修], Ⓑ내부를 그대로 외부
로 드러내는 표출과 그것을 키워내는 발현·확산[→養]의 방법이 정해진
다. 다시 말하면 심성론의 이해가 수행론을 결정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심성론 수행론을 한 세트로 논의하는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퇴옹과 양명을 비교하는 논문은 없었다. 그런 만큼 이 논
문은 시론적(試論的)인 성격을 가지기에 당연히 이의제기가 있을 수 있
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퇴옹은 스스로 양명의 사상에 가깝다고 생각
했기에 바로 이 점이 비교의 중요한 단서이며, 또한 양자의 탈언어문자
8) 원(元) 형(亨) 이(利) 정(貞)은 천도(天道)의 떳떳함이요, 인(仁)의(義)예(禮)지(智)는 인성(人
性)의 벼리이다. 무릇 이 성(性)은 그 처음이 선(善)하지 않음이 없어 성대히 사단(四端. 네
가지 단서)이 (외부 사물에) 감동함에 따라서 드러난다[元亨利貞, 天道之常, 仁義禮智, 人
性之綱, 凡此厥初, 無有不善, 藹然四端, 隨感而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