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2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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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 『퇴옹학보』 제17집




                 주희의 ‘물리’ 탐구는 ‘격물치지’(格物致知) = ‘격물궁리’(格物窮理) = ‘즉물
                 궁리’(卽物窮理)이다. 즉 <‘사물에 이르러(格) 그 근저에 있는 ‘리’(理)를
                 궁구하여, 나에게 갖추어져 있는 뛰어난 ‘인식’의 활동인 ‘지’(知)의

                 양을 확대해 간다[致]>는 내용이다. 이것을 간단히 ‘궁리’(窮理) -
                 이것은 불교의 관(觀)·혜(慧)·서양의 테오리아(theoria)에 해당 - 라
                 하고, 외적공부의 방법으로써 정착한다. 반면 이에 대응하는 것이
                 내적  공부의  방법인  ‘거경’(居敬) - 이것은 불교의 지(止)·정(定)
                 (samatha. 삼매: 집중)에 해당 - 이다.

                 주희는 물(物)과 사(事)에는 ‘선험적’(transzendental)인 ‘리’(理) - 그 핵
                 심은 주희가 말하는 ‘소이연지고’(所以然之故) = ‘물지리’(物之理)와 ‘소당
                 연지칙’(所當然之則) = ‘사지리’(事之理)이다 - 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왕양명은 그것을 어디까지나 허구로 보았다. 원래 리(理)라는 것은
                 물(物)과 사(事)에 앞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주체)에
                 서 ‘생기는 것(=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왕양명의 깨달음으
                 로 송학(宋學)이 지탱해 온 주희의 ‘정리론’(定理論)은 파탄을 맞이한
                 다. 이것은 마치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가 ‘신은

                 죽었다’(Got Ist Tott)고 선언한 것처럼, ‘(주자학의 선험적인) 리는 죽었다!’
                 고 선언한 것이다. 이것은 중국사상사에서 일대 성과라고 평가해도
                 할 것이다.  11)



               이렇게 ‘심즉리’라는 인간 내면의 파악 즉 심성론을 기초로 ‘지행합
            일’(知行合一. 앎과 행함은 하나로 합치한다)’을, 다시 ‘치양지’(致良知. 인간 각자

            의 내면에 존재, 활동하는 마음의 본체인 양지(良知)를 실현한다)라는 ‘수행론’을





            11)  崔在穆(2012), 278-280. 한글 번역 시 문맥에 맞게 수정, 보완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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