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1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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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王陽明)과 퇴옹(退翁)의 심성론·수행론 비교 • 201
지’(格物致知)를 둘러싼 주희의 주장 이것은 그의 『대학장구(大學章句)』
와 『대학혹문(大學或問)』 등에 나타나 있다- 에 도달한다. 즉 ‘만물의
겉과 속, 자세함과 거칠음,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에 모두 지극한 리
‘
가 있다’(『연보』21세조)라는 언설 일초일목(一草一木), 역개유리(亦皆有
理)’, ‘사사물물(事事物物), 역개유리(亦皆有理)’, ‘천지지간에 본래 고
정·불변하는 이치[定理]’ - 에 진지하게 몰두한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 몇 차례 도전을 하다가 좌절하며, 노이로제마저 얻는다. 이러
한 절실한 경험을 한 뒤에 최후의 결실로서 얻는 것이 이른바 ‘용
장대오(龍場大悟)’였다. 용장대오란 왕양명이 귀주성(貴州省) 용장(龍
場) 지역에 좌천되어 지내던 어느 날 밤에 얻는 큰 깨달음이라는 뜻
인데, ‘오성자족’(吾性自足)이라는 인간의 완전성 마치 불교에서 누구
나 이미 깨달은 부처라는 말과 같은 선언이자 확신이었다. 그 내용
은 역시 『대학』의 ‘격물치지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었다.
이에 따라 그는 27세 때, 그는 주희의 독서 방법에 충실하려고 노
력했지만 여기서도 어떤 결과를 얻지 못하고 ‘사물의 이치[物理]와
내 마음[吾心]이 결국 둘[二]로 나뉘어진다’(『연보』27세조)라든가 ‘(주희의
‘
격물 운운하는 것은) 마음과 사물의 이치의 쪼개어짐[析心與理]’·마음
과 사물의 이치가 나뉘어 둘로 됨[析心與理爲二]’이라는 의문이 풀리
게 된다.
‘사물의 이치(物理)와 내 마음(吾心)이 두 개로 분리되어 통일되지 않
는다’는 고뇌의 초점은 ‘물리’(物理)와 ‘오심’(吾心)을 분리하는 ‘와[=與]’
라는 글자에 있다. 이후 왕양명은 주희가 『대학혹문』에서 ‘인간이 학
문을 하는 까닭은 마음과 이치에 있을 뿐[人之所以爲學, 心與理而已矣]’
라는 말에 대해 ‘心이 곧 성(性)이고, 성(性)이 곧 리(理)이다. (심과 리를 말
할 때) ‘여’(與)라는 글자는 양자(心, 理)를 둘로 나눔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표현과 사고의 근저에는 ‘물리’(物理)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반성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