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2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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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 『퇴옹학보』 제17집
는데, 당시 고려불교의 발전을 토대로 한 민족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반
영되어 있기도 하다. 그는 삼국의 불교유통에 기여한 고승들을 중국의
인물에 비교하면서 그 업적을 평가하고 있다. 그 비교는 중국과 대등한
입장을 취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나라의 고승이 더 훌륭했다고 강조
하기도 했다. 7)
한편 『三國遺事』는 『해동고승전』이 편찬된 지 70년쯤 후에 찬술되었
다. 일연은 古記, 寺誌, 金石文, 古文書, 史書, 僧傳, 文集 등에서 자료
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발굴해 낸 민간전승의
수많은 설화와 전설들도 주요 자료로 제시하여 『삼국유사』에 수록하였
다. 이 때문에 『삼국유사』는 불교만의 기록이 아니라 史書와 불교 기록
의 두 가지 성격을 아울러 갖는다. 『해동고승전』과 같은 『삼국유사』 이전
의 불교 사서들이 고승의 傳記를 주로 기록하는 僧傳체제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삼국유사』는 독창적인 체재에 폭넓은 불교와 역
사를 다루고 있어서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해동고승전』과 『삼국유사』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점 역시 찾아볼 수 있다. 각훈이 『해동고승전』의
서술에 있어서 인용 전거를 밝혀 기록했고, 註를 통해서 자신의 견해를
8)
객관적으로 분명히 하고자 했다면 일연은 『삼국유사』에서 『해동고승
전』의 몇 가지 잘못을 지적하면서 호된 비판을 가하기도 하였다. 일연
은 “뒷사람들이 의심하고 잘못 알게 했으니, 그 얼마나 무망한 것인가”
7) 김상현(1993), 129.
8) 김상현(1993),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