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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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 『퇴옹학보』 제18집
Ⅱ. 교판, 대승경전 그리고 선종의 조사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지 전에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백일법문』이 교판적 관점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는 전제에서, 본 논문
은 화엄교판과 퇴옹의 불교관을 교판의 관점에서 비교하는 것을 주된
과제로 삼고 있다. 다만 본 논문에서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교판을 이야
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논자가 생각하는 교판의 의미에 대해
간단히 제시하고 본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교판은 그 종파의 소의 경론을 선양한다는 기본적인 의도를 전제로
한다. 특정 경전과 그 경전에 대한 특유의 해석을 중심으로 종파가 성립
하고, 다시 그 종파의 소의경론에서 강조하고자 종취를 중심으로 교판
을 세우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놓쳐서 안 되는 것은 중국의
종파들이 특정 경전 곧 소의경전의 지향점을 드러내는 데서 출발한다
는 점이다.
교판은, 당연한 것이지만, 경전 특히 대승경전에 설해지는 교상(敎相)
의 차이에 주목한다. 중국의 불교인들은 인도에서 진행된 다양한 대승
경전의 출현이라는 흐름에서 단절되어 있었다. 인도에서 대승경전의 출
현과 확장은 폭발적이었다. 반야·화엄·정토·열반·보적 등으로 분류되는
다양한 부류의 경전들이 인도와 주변의 다양한 지역에서 출현하여 증
보되고 확장되는데 일정한 기간을 소요하기는 했다. 하지만 중국의 불
교인들은 인도에서의 시간과 지역적 차이, 그리고 인도 불교 사상사의
흐름을 거의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대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