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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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법장의 교판론과 퇴옹성철의 불교관 비교 연구 • 141
이 같은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화엄의 교판론과 퇴옹의 불교관을 살
펴보자.
Ⅲ. 화엄교판 출현의 사상사적 배경
‘화엄교판’의 출현을 말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화엄사상’ 혹은 좁게
는 ‘화엄교학’의 출현을 말해야 한다. ‘교판’은 ‘교학’에 따른 이론적 해
득과 실천의 당위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교판은 자신들
이 주창하는 교학이 다른 교학사상에 대해 가지는 우월성과 차별성을
강조하기 마련이다. 그래야만 그에 따르는 수행자와 실천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다른 종파의 사상과는 다른 지향점을 내세우게
되고, 그 차별점을 강조하게 된다. 화엄교학과 화엄교판 역시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둘 때 화엄교학과 화엄교판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 하는 문제 그리고 어떤 대상을 염두에
두고 차별성을 제시한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면의 제약 때문에 모든 문제를 거론할 수는 없으므로, 여기에서는
10)
사상적 측면 에서 세 가지 문제만 논자의 관점에서 간략히 언급하기로
10) 여기에서 언급하는 문제는 단순히 교학/철학의 측면만은 아니다. 오히려 ‘불교적’ 실천을
전제하는 것으로서 사상적 측면을 언급한 것이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개인적·사회적 실
천을 전제로 사상은 제시된다. 관념적 형이상학을 지향하지 않는 불교에 있어서는 그런
점이 더욱 절박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불교적 해법의 순서에 따른다면 첫 번째는 현실
인식의 차이[苦諦/集諦]일 것이고, 두 번째는 현실 극복의 방법론에 따른 차이[道諦]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