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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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법장의 교판론과 퇴옹성철의 불교관 비교 연구 • 139
는 이전과 달리 특정 경전을 중심으로 불교 전체를 이해하려는 경향은
희석되었다고 생각된다. …… 선종에서 보이는 이 같은 경향의 가장 큰
이유는, 인도에서 대승 경전이 등장하던 초기에, 그 초기의 대승경전 각
각이 강렬하게 지향했던 붓다관이 선종의 등장 이후에는 조사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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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되어 가는 것도 중요한 이유의 하나” 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붓다를 대체하는 조사’라는 이미지이다. 다시
말하면, 선종에 이르면 대승경전이 조사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다. 구체
적으로는 경전 안의 붓다와 붓다의 말씀을 현실과 현장의 조사가 대체
하는 것, 이것이 선종이다.
대승경전은 서사하고 수지하고 독송하는 것에 의해 전승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행위 중의 하나가 바로 독송이라는 행위이다. 독송을 통해
서 붓다의 말을 듣기 때문이다. 대승경전에서는 교전(敎典)으로서의 정
통성을 경전 내부의 중층적인 스토리와 스토리의 상호 대응에 의해 선
행적으로 획득한다. 그리고 그것이 경전 외부에서 정통성을 획득하는
것은 다만 ‘읽는’ 행위 그리고 ‘읽혀지기 위한 전제’로서 ‘서사(書寫)·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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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受持)·독송(讀誦)·해설(解說)’되는 것만으로도 해결된다는 점이다. 곧 대
7) 석길암(2018), p.119.
8) 시모다 마사히로는 “대승경전의 탄생은 불설의 정통성의 계승에서 나타나는 차이(差異)와
차연(差延)이, 서사(書寫)행위와 그 결과로서의 서사 텍스트라는 형태로 실현된 것이다. 이
새로운 불설의 형태 속에는 더욱 중층화된 행위의 차이와 차연이 배태되어 있다. 그것은
전승된 ‘문자가 된 붓다의 말’이 그것을 ‘읽는’ 행위에서 ‘붓다의 목소리가 되어 들린 말’이
되고(때로는 한층 ‘시각으로 비친 광경’이 되고), 이번에는 뒤집어서 ‘목소리가 되어 들린 붓
다의 말’의 인식 내용이, 그것을 ‘쓴다’는 행위를 통해 ‘문자가 된 말’로서 다른 사람에게 수
용되게 한다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무량수경』에서 석가불의 언설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