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6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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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 『퇴옹학보』 제18집
다. 퇴옹은 1960년대 우리사회와 교단이 앓고 있는 본질적 질병은 갈등
과 분열이라고 보았다. 시대가 중생을 아프게 하고, 교단이 처한 상황이
승가를 병들게 했다고 본 것이다. 그와 같은 고통의 근원은 대립과 갈등
이라는 양변(兩邊)이었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그야말로 대립과 갈
등으로 점철된 고의 역사였다. 시대의 아픔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가장
큰 고통의 씨앗이 되었다. 단지 배가 고프다거나, 가족 간에 마음이 맞
지 않다거나,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 것과 같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의 근원은 개인을 초월한 사회적 성격을 띠고 있었
으며, 모든 구성원들이 목숨까지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으로 당대
고의 근간은 사회적 고통이었다.
36년간의 일제강점기는 근원적 고의 씨앗을 파종하는 기간이었다.
물리적으로는 해방을 맞이했지만 그것이 고통의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
았다. 일제는 물러갔지만 친일세력은 남았고, 청산되지 못한 역사는 친
일과 반일이라는 갈등을 촉발했다. 게다가 침략의 피해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국토의 허리는 잘리고, 동족끼리 죽이고 죽는 전쟁의 비극을
겪으면서 고의 씨앗은 단단하게 영글어 갔다.
국토의 분단과 전쟁은 이념갈등이라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좌우대립은 멈추지 않았고, 이념을 빌미로 민초들에 대한
탄압은 또 다른 고통의 서막을 열었다. 이와 같은 사회적 고는 세상과 격
리된 깊은 산중까지 영향을 미쳤고, 봉암사 결사 대중을 돌보던 원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