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0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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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 『퇴옹학보』 제18집
악이 싸웁니다. 결국 양변의 세계라는 것은 싸움의 세계입니다.” 20)
퇴옹은 시대를 관통하는 번뇌와 고통을 유발한 원인은 양변이라는
극단적 사유라고 파악한다. 중생들은 너와 나, 있다 없다, 진보와 보수
등 극단적 사유로 서로 대립하고 갈등한다. 이런 사유는 서로 상극이 되
고, 끊임없이 투쟁을 유발하며 고를 확대재생산 한다. 독단적 인식에 갇
혀 서로 상대방이 틀렸다고 고집하고,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선(善)의 완
성이라고 보는 시대였다. 무엇보다 그런 인식이 이념과 정치적 상황과 결
부되면서 인식의 질병은 거대한 사회적 고가 되어 개인의 삶을 짓밟았
다. 퇴옹은 이런 상황에서 평화와 안락은 있을 수 없다고 진단한다.
“ 양변이 있는 상극 세계에서는 평화라는 것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물과 불이 서로 통할 수 있겠으며, 시와 비가 서로 통할 수 있겠습
니까? … 결국 차별 세계란 상극 세계여서 서로 통하지 않고 싸움
하는 세계” 21)
양변(兩邊)은 각자가 자신의 인식을 절대화하고, 스스로 그것에 속박
되는 것이다. 이분법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나와 너, 남과 여, 진보와 보
수 등으로 대립구도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유와 무, 남과 북, 진보와 보
수, 비구와 대처라는 양변은 실상이 아니라 중생의 마음이 만들어낸 허
20) 성철(2014), 96(상권).
21) 성철(2014), 96(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