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0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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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 『퇴옹학보』 제18집
자리 잡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통불교 담론이나 조계종이 한국불교
를 대표한다는 것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일례로 김동화는 다양한 불
교전통을 하나로 통합하고, 특히 조계종이 한국불교의 유일한 불교처
럼 인식되는 것에 대해 강한 반론을 제기했다. 즉 한국불교는 법적으로
조계종이라는 한 종파만의 불교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이는 모순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13개 종파, 일본의 13개 종파, 조선시대 11개 종파 중에
선종은 하나의 불과한데 조계종이 그런 모든 종파를 통합한다고 주장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76)
실제로 한국불교는 통불교라는 담론을 방패삼아 다양한 불교전통을
하나의 자루 속에 모두 담아 왔다. 통불교라는 담론은 종파주의에 매몰
되거나 서로 대립하는 양상을 피하고 불교사상을 하나로 아우른다는
점에서 장점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서로 다른 신행전통과 종파적 사상
을 한 그릇에 담기만 한다면 혼란이 초래되는 것은 자명하다.
자력의 선종과 타력의 정토는 그 결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조계종에
서는 ‘제종포섭’이라는 명분으로 모두 통용되고 있다. 진짜 통불교가 되
려면 서로 다른 교설 간의 유기적 종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
국의 종파불교처럼 교학적 체계를 확립하고, 자력과 타력, 선과 교가 어
떤 체계를 갖는가에 대한 사상적 체계, 또는 교판을 확립해야 한다. 하
지만 해방 이후 정화에 골몰했던 승단은 그런 문제를 고민할 여력이 없
었고, 불교학계 역시 이 문제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76) 김동화(1984b),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