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3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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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옹성철의 중도법문이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 •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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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는 교판론에 의해 교조가 폄하되는 문제를 중도사상이라는 체
계를 통해 해소하고 불법의 근간을 다시 확립한 것이다. 나아가 중국불
교의 교판론을 비판함으로써 중국불교와 차별성을 갖는 한국불교만의
독자성을 확립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둘째, 근대에 제기된 대승비불설의 문제를 비판하고 대승사상 또한
정법임을 변론한 것이다. 대승비불설의 요지는 대승경전은 불멸 후 찬
술된 경전이므로 불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1745년 토미나가 나카모토
(富永仲基)는 『출정후어』에서 불교교설은 간단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발전했으며, 대승불교 교설은 후대에 성립한 고등한 사상이라고 주장했
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1900년대 초 무라카미 센조(村上專精)는 이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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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비불설론을 제기했다. 문헌학적 비판에 토대를 둔 이런 주장은
일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퇴옹은 문헌의 성립 연대가 아니라 사상적 내용이 불교의 근
간인가 아닌가에 초점을 맞춘다. 불교사상의 근간인 중도사상을 충실히
담지하고 있다면 비록 후대에 성립된 대승경전이라도 부처님의 가르침
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며, 정법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용수보살이 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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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운동을 제창한 근본 뜻은 근본불교 복구운동” 이라고 평가했다.
대승불교는 오히려 부파불교의 오류를 바로 잡고 부처님의 근본으로 돌
아가는 사상적 회귀라는 것이다. 사상적 근간을 놓치고 지말적인 것에
79) 서재영(2015a), 45.
80) 황순일(2020), 81-82.
81) 성철(2014), 121(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