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퇴옹학보 제18집
P. 51
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51
세이니, 8지에는 6추가 없고 불지(佛地)에는 3세가 없다. 선문(禪門)
에서는 장식(藏識)을 제8마계(第八魔界)라 하여 극력 배척함은 미세
장식(微細藏識)을 타파하지 않으면 견성할 수 없으므로 오직 정법(正
49)
法)을 위한 노파심(老婆心)의 발로(發露)이다.
교가의 지위설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감수하면서까
지 지위설과 심의식의 소멸을 연결시키고 있다. 아뢰야식 근본무명의 타
파가 있기 전까지는 구경무심이라 할 수 없고 더더구나 견성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성철선은 진폭이 큰 무심의
의미를 3세의 타파로 한정하면서 아뢰야식의 차원에 머무는 일을 거듭
경계한다. 아뢰야식은 무장애성〔無覆〕과 무분별성〔無記〕을 특징으로 하
기 때문에 번뇌가 소멸했다고 여겨 여기에 머무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이것을 제8마계라 부른다. 제8마계는 동산수초스님이
썼던 용어인데, 성철스님은 제8아뢰야식에 머무는 일의 위험성을 강조
하기 위해 이 말을 자주 사용한다. ‘오매에 일여한 8지 이상의 자재보살
위도 수행인을 매몰시키는 마구니의 경계, 귀신의 소굴이므로 여기서
다시 용맹심을 일으켜 근본무명을 끊고 진정한 무심을 깨달아야 한
50)
다’ 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번뇌를 분별의식으로 규정하고 그 분별이
일어나는 뿌리인 아뢰야식의 타파라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인용문에
49) 퇴옹성철(2015), 72.
50) 퇴옹성철(2015), 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