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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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 『퇴옹학보』 제18집
나니 若離妄想하면 一切〔智〕自然智와 無礙智가 卽得現前하느니라. 55)
일체중생이 예외 없이 여래의 지혜를 갖추고 있지만 망상과 집착으
로 이것을 알지 못하므로 망상을 떠나기만 하면 여래의 지혜가 즉시 현
전한다는 문장이다. 여래는 이러한 중생의 실상을 잘 알아 바른 가르침
을 베풀어 스스로 갖추고 있는 지혜, 부처와 다를 바 없는 지혜를 증득
하도록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 원문의 문맥이다.
『화엄경』에서는 여래의 지혜가 갖는 특성을 10가지의 비유로 설명한
다. 그러니까 여래의 지혜는 ① 스스로 존재하는 허공과 같고, ② 증감
이 없고, ③ 모든 땅을 받치는 물과 같고, ④ 모든 보물을 내는 보주와
같고, ⑤ 모든 시내를 받아들여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바다와 같고, ⑥ 3
계를 포용하는 허공과 같고, ⑦ 모든 나무의 뿌리와 줄기를 키우는 나
무와 왕〔藥王樹〕과 같고, ⑧ 모든 것을 태우는 불과 같고, ⑨ 모든 것을 소
멸시키는 바람과 같고 모든 것을 보호하는 바람과 같으며, ⑩ 세계와 동
일한 크기로 모든 지혜를 담고 있는 경전을 가리고 있는 먼지를 떨어내
56)
는 청정한 천안을 가진 사람과 같다는 것 이다.
인용문은 이중 여래 지혜의 편재성을 말하는 10번째 문장에서 가져
왔다. 이에 의하면 우주법계와 동일한 크기를 갖는 모든 지혜를 담은 책
이 있지만 먼지에 덮여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먼지만 제거한
다면 우주법계의 모든 현장이 그대로 지혜가 드러나는 현장이 된다. 여
55) 『大方廣佛華嚴經』(T10, 0272c); 퇴옹성철(2015), 83.
56) 『大方廣佛華嚴經』(T10, 0271a-0272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