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5년 1월호 Vol.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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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출한 언행을 담은 100개의 고칙 (古則)에 송(頌)을 붙인 문
헌이다. 여기에 만송행수(萬松行秀) 스님이 시중(示衆)과 평창
(評唱)을 삽입한 것이 『종용록』이다. 『종용록』이란 명칭은 스
님이 원고를 집필했던 장소인 종용암(從容庵)에서 유래한다.
송이든 시중이든 평창이든, 한마디로 풀이하면 논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본칙 (本則)의 의미를 쉽게 일러주는 해제
는커녕, 한 번 더 비틀고 꼬는 말장난에 가깝다. 단, 100칙으
로 깔끔하게 정리된 화두는 그야말로 선어록의 핵심만을 집
대성한 저작이라 볼 수 있다.
각각의 본칙에 착어를 담아 ‘나름의’ 『종용록』을 만들어
보면 쓸모가 있겠다는 욕심을 몇 번 냈었다. 그 기회를 이제
얻었다. 평석 (評釋)이나 훈고(訓詁)가 아니라 감상(感想)이나
한담(閑談) 쯤으로 읽어줬으면 한다. 뒷골목에서 몰래 휘파
람을 부는 심정으로 쓴다.
제1칙
부처님이 법좌에 오르시다 (世尊陞座, 세존승좌)
세존이 어느 날 법좌에 올랐다. 문수가 백추(白椎)를 하고
서 아뢰었다. “법왕(法王)의 법을 자세히 관찰하니 법왕의
법이 이와 같습니다.” 세존이 법좌에서 내려왔다.
세존은 부처님을 뜻한다. 선의 원류는 불교이며 선종(禪
宗)의 종조(宗祖)는 결국 부처님이다. 그러므로 이야기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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