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15년 1월호 Vol.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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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에는 “법도 오히려 버려야 한다[法尙應捨].”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법, 자신이 알고
                 있는 텍스트만이 정법이라는 견해는 텍스트에 충실한 태도

                 일지는 몰라도 불교적이지는 않다. 그런 태도는 종교적 독단
                 이며, 자신이 이해한 법에 집착하는 법집 (法執)이기 때문이
                 다. 원전을 연구하고 교학적 뿌리를 조명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런 노력이 근본주의로 흐르고, 다른 문헌과

                 해석을 사이비로 낙인찍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둘째, 진리에 대한 불교의 열린 관점을 보여준다. 사종사
                 제는 교학적 관점에 따라 사성제를 다양하게 재해석하고,
                 사성제에 담긴 의미를 새롭게 풀어내고 있다. 열린 해석은

                 글자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 머물지 않고 무엇이 사성제에
                 담겨 있는 부처님의 마음인가라는 근본에 대한 추구로 연결
                 된다. 경전에 담겨 있는 사성제는 언어 속에 갇혀 고착화되
                 어 있다.

                   텍스트에 담긴 부처님의 마음은 극히 일부이므로 언어로
                 발화(發話)되지 못한 내용까지 읽어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행간에 담겨 있는 의미를 읽어내고, 시대적 맥락에 따라 의
                 미를 재해석할 때 비로소 부처님의 마음은 죽은 언어가 아

                 니라 역사의 현장에 살아 있는 마음이 되고, 나와 세상을 변
                 화시키는 지침이 된다.
                   셋째, 경전을 읽는 능동적 자세의 필요성이다. 경전에 담
                 겨 있는 언어는 고정되어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읽는가에 따

                 라서 의미는 역동적으로 변한다. 시대적 상황과 우리가 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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