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15년 1월호 Vol.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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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대고 뽐내려다, 끝내 악한 마음으로 이지러진다. 반면 무
심은 최소한 중간이라도 간다. 앞서가지는 못하더라도 쉴 수
는 있다.
제2칙
달마의 확연함 (達磨廓然, 달마확연)
양무제 : 어떤 것이 성스러운 말씀의 으뜸가는 진리인가.
달 마 : 텅 비어서 성 (聖)이랄 것이 없다.
양무제 : 짐 (朕)을 대하고 있는 그대는 누구인가.
달 마 : 모르겠다.
남북조시대 남조의 양(梁)을 건국하고 무제 (武帝)로 등극
한 소연 (蕭衍)은 중국 역사에서 가장 불심 (佛心)이 깊었던 황
제다. 일반적인 권력자들은 성 (性)에 관심이 많았지만, 양무
제는 성 (聖)에 탐닉했다. 재위 기간 중 지은 절만 3,000여 곳
이다. 금욕과 검소로 일관한 생활은, 웬만한 큰스님들의 삶
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는 착한 원인을 지으면 착한 결과
로 돌아온다는 인과(因果)를 철저히 믿었다.
인도에서 온 달마를 만났을 때 양무제는 자신의 믿음에
대한 확신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달마는 “네가 무더기로 쌓
은 선업 (善業)은 부질없는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단
히 핀잔을 주었다. 훗날 양무제에게 돌아온 보상이란 실제
로 재앙이요 폐허였다. 옛 부하의 반란으로 황궁을 빼앗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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