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15년 1월호 Vol.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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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맞게 경전을 읽어내는 창조적 과정을 거부할 때 우
리는 경전에 속박되고 만다. 『육조단경』에는 ‘법화전 (法華轉)’
과 ‘전법화(轉法華)’라는 멋진 비유가 있다. “법화경이 나를
굴리는가? 내가 법화경을 굴리는가?”라는 문제다. 경전을 글
자 그대로 읽고 이해하게 되면 인간은 텍스트에 속박되고
만다. 이것이 경전이 나를 지배하고 굴리는 ‘법화전’이다. 반
면 창조적 관점으로 경전을 읽고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면
내가 경전을 굴리는 ‘전법화’가 된다.
경전에 대한 창조적 읽기는 사성제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경전을 공부할 때는 글자에 충실하되, 그 속에
담겨 있는 살아 있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파고드는 창조적
해석과 노력이 필요하다. 문자에 갇히지 않고 삶의 현실에
능동적으로 적용하는 지혜가 있을 때 경전은 살아 있는 삶
의 지침이 된다.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
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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