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15년 1월호 Vol.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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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연금된 상태에서 굶어죽었다. 지극정성으로 세웠던 제국
                 도 머지않아 망했다.
                   그는 믿었을 뿐 알지 못했다. 아무리 부처님을 위해 ‘쏴봐

                 야’, 소원을 들어줄 부처님은 진작 사라지고 없다는 것을. 공
                 덕 (功德)이란, 확연하게 헛것이다. 성스럽다는 건 화려하고
                 비싸다는 것일 뿐이다.
                   결례를 범한 달마에게 양무제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감

                 히 황제에게 막말을 내뱉는 너는 도대체 목숨이 몇 개냐?”
                 는 으름장에 가깝다. 이에 달마는 “모르겠다.”고 응수함으로
                 써, 양무제를 더욱 낯뜨겁게 만들었다. ‘무식하고 졸렬한 너
                 따위가 알아낼 수 없는 나’라는 당찬 대답이다. 한편으론 나

                 도 나 자신을 모르겠다는 솔직한 고백으로도 들린다.
                   만일 내가 정말 나라면, 고작 나라면, 당신 앞에서 어찌
                 이토록 당당할 수 있겠는가! ‘나’라는 관념은 얼핏 나를 보
                 호해주는 울타리 같지만,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덤불

                 인 경우가 더 많다. 나를 밟고 일어서면, 세상도 우스워진다.













                 장웅연(張熊硯)      집필노동자.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부터 불교계에
                 서 일하고 있다. ‘장영섭’이란 본명으로 『길 위의 절』, 『눈부시지만, 가짜』, 『공부하지 마라』,
                 『떠나면 그만인데』, 『그냥, 살라』 등의 책을 냈다. 최근작은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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