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고경 - 2016년 1월호 Vol.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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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에서 해탈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해심밀경』에 따르면 제8아뢰야식은 인간의 업을 모두 저
장하고, 윤회의 주체가 되는 동시에 억겁에 걸쳐 퇴적된 근본
무명이다. 그래서 성철 스님은 “중도와 연기와 진여를 바로 깨
치려면 심의식의 근본무명인 아뢰야식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원적 무명을 밝히지 않고는 “중도나 연기나 불성
을 깨칠 수 없다.”는 것이다. 『백일법문』에서 말하는 깨달음은
유식설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구경각을 성취해야만 완전
한 깨달음이라고 한다. 깨달음이란 일상 속에서 법문을 잘 듣
거나 문자를 해독하여 머리로 잘 이해하는 것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기억들은 삶이 지속되는 순간에는 작동하지만
죽음과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가장 근원적인 고통이 생사윤회라는 것은 불교
의 기본적인 전제에 해당한다. 따라서 해탈은 그와 같은 근
원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토론과 대화
를 통해 얻어진 인식은 전원을 끄면 사라지는 RAM의 기억과
같아서 생이 끝나는 순간 소멸하고 만다. 따라서 성철 스님
이 말하는 구경각은 단지 제6식 차원에서 나타나는 인식의
변화, 이성적 차원의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스님이 말하는
깨달음이란 유식의 심의식설을 수용하여 근원적 무명의 단
절, 생사의 종언, 윤회전생의 종결이라는 종교적 의미를 내포
하고 있다.
성철 스님은 “우리가 자성을 바로 깨치려면 아뢰야식을 두
드려 부수지 않고는 절대로 대자유한 대열반을 증득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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